오랜만에 영화 리뷰를 써본다.
이번 영화는 2013년에 개봉한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이다.
매슈 퀵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장르는 로맨스 코미디이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이건 로맨스 코미디가 아니다.
(애초에 코미디 부분이 매우 약하다)
사랑에 배신 당한 상처받은 남자 팻(브래들리 쿠퍼)
사랑을 잃고 방황하는 고통받은 여자 티파니(제니퍼 로렌스)
사랑에 대한 상처를 받은 두 사람은 정신과 진료를 받을 정도로 위태한 삶을 살았는데,
이 둘을 치유한건 정신과 의사도, 약물도 아닌 상처 받은 그 둘의 연대이다.
팻은 약물에 의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신과 약물이 자신을 더 망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치료는 정신과 상담과 운동(조깅)이었다.
그리고 그는 주위에게 말한다.
'부정적인 생각을 연료로 태워서 구름 뒤 햇살을 찾을 거에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고 힘들게 일하면서
긍정적인 마음을 가진다면 구름 뒤 햇살을 찾을 수 있대요'
팻이 그렇게 찾으려고 했던 구름 뒤 햇살은 무엇이었을까?
전아내와의 행복한 미래일까? 아님 상처를 극복한 편안한 미래일까?
어쨌든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살아가려는 모습은
오히려 역설적으로 자신이 가진 정신병 아니
정신적 상처와 고통을 외면하고 억지로 참아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그와 반대되는 티파니는 오히려 자신의 병(상처와 고통)을 인정한다.
그리고 약도 먹고 운동도 하고, 다른 방법(회사 사람들과의 성관계)도 하는 등
자기 나름대로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녀는 팻에게 말한다.
'내 안에는 추한 마음이 있지만, 난 그것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요.'
'당신은 인정할 수 있어요? 받아 들일 수 있어요?'
'당신은 삶에 겁먹고 있는 위선자에 나약한 거짓말쟁이야'
그렇게 행동하는 그녀를 보고 팻은 달라진다.
약을 먹고, 자신의 병(상처와 고통)을 정면으로 인식하려 한다.
그리고 팻을 보고 티파니도 변화한다.
좀더 밝게, 좀더 아름답게 자신을 사랑한다.
이 둘은 사랑으로 인해 상처 받은 사람들이다.
팻은 배신당했고, 티파니는 잃어버렸다.
세상에 혼자가 되어버린 그 고통과 상처는 어느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나타났고, 위로해주고 치유해준다.
그 둘의 첫 만남 장면이 인상깊다.
첫 만나는 장면 뒤에 행복한 가정의 모습이 걸린 사진이 있다.
이 장면이 참 인상 깊었다. 상반된 캐릭터와 배경이라서..
처음 만났을 때에는 이 둘은 티격태격했다.
하지만 대화를 할 수록, 서로가 알 수록 그 둘은 치유가 되어 갔다.
조금씩 상대를 이해하고, 자신과 동일시하며, 위로해주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나 자신도 치유되는 것 같았다.
또한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의 명대사이자, 영화의 내용을 관통하는 대사가 있다.
팻의 아버지 (로버트 드 니로)가 팻에게 말하는 대사
'누군가 손을 내밀려 할 때 그 마음을 알아채는게 중요해'
'내민 손을 잡아주지 않는 건 죄악이고, 평생 후회하게 될 거야'
팻은 티파니 외에도 도움을 주려는 사람이 많았음을 알았다.
정신과 의사, 그리고 부모님, 친구
그리고 티파니
세상에 혼자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듣고 티파니에게 달려가서 사랑을 고백하는 팻.
그리고 그를 받아들이는 티파니
그렇게 그 둘은 사랑때문에 받은 상처를 사랑으로 치유한다.
현재 나는 공황장애를 가지고 있다.
나 혼자서는 엘리베이터도 타기가 힘들고, 버스를 타면 시야가 좁아지면서 숨이 막혀 오기도 한다.
자살까지도 생각했었다. 괴로워서
그럼에도 하루 하루 극복해가며 살아가는 이유는
내 곁에 있는 사람 때문이다.
내가 의지하고 그리고 나를 의지해주는 사람.
내 아내이다.
팻과 티파니의 관계처럼 아내가 날 치유해준다.
진료받고 있는 정신과 의사가 날 치유해준다.
상담을 해주시는 상담사 선생님이 날 치유해준다.
내 친구들이 날 치유해준다.
내가 동생들이 날 치유해준다.
나처럼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들.
사람 때문에, 사랑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들.
세상에 나 혼자 인 것 같은 사람들은 내 리뷰를 보고, 이 영화를 보고 치유받았음 좋겠다.
세상에 당신 혼자가 아니다.
당신은 하루 하루 열심히 살아왔고, 잘해왔으며, 앞으로도 잘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을 응원하고 지지하고, 의지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내가 그렇고, 팻과 티파니가 그런 사람을 만난 것처럼.
당신도 행복하길 바란다.
'Review > Mov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운사이징] 행복의 척도는 과연 무엇일까? (0) | 2021.10.27 |
---|---|
[극한직업] 짠내나는 우리들의 가장 (0) | 2021.10.22 |
[새콤달콤] 장거리 연애의 현실를 적나라하게 표현하다 (0) | 2021.10.03 |
[케이트] 시한부 암살자의 복수극 (0) | 2021.09.18 |
[익스트랙션] 범죄자의 아들을 구하라 (0) | 2021.09.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