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미러 시리즈는 스포가 있다.)
블랙 미러는 옴니버스 드라마이기에, 시즌별 그리고 각 회차별 내용이 제각각이다.
하지만 서로 연결되는 중심 내용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미디어와 기술의 발전이 가져오는 악영향이다.
각 드라마는 현재 또는 곧 다가올 미래를 배경으로
그 배경 시대에 실현 가능할 법한 기술의 발전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기술 발전에 따른 부정적이고 어두운 상황을 묘사했다.
그래서 드라마의 제목이 블랙 미러. 검은 거울인 듯하다.
미디어와 기술. 이 두 가지 모두를 사용하는 건 전자기기들이다. 컴퓨터, TV, 스마트폰 등.
그리고 그것들은 화면을 켜지기 전에는 까만 화면을 보여주고,
그것은 마치 거울처럼 나 자신을 보여준다.
기술의 밝은 면(순기능)이 아닌 기술의 어두운 면(역기능)을 보여주는 거울.
그것이 블랙 미러이다.
(출처: https://soulculture.tistory.com/34 [Soul Culture])
이번 회차는
시즌 1 (2011년 개봉) 2화. 핫 샷 (15 Million Merits (1500만 메리트))
가까운 아니면 조금 먼 미래.
주인공 빙(다니엘 칼루야) 디스플레이로 둘러 싸인 작은 방에서 눈을 뜬다.
무미건조한 삶에 지친 듯 오늘도 헬스 사이클이 있는 곳에 출근하여,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메리트(사이버 머니)를 쌓고, 그 메리트로 음식을 사 먹는다.
형제가 죽기 전 남겨준 1500만 메리트를 가지고
성인물을 결제하거나, 도플 (아바타)을 꾸미거나 등으로 쓰며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가는 빙.
그러던 어느 날 화장실에서 애비(제시카 브라운 핀들레이)가 흥얼거리는 노래를 듣고
감명받은 빙은 자신이 출전권을 결제해줄 테니 핫 샷에 나가보라고 권유한다.
처음에 애비는 출전권 비용(1500만 메리트)이 부담스러워 거절하지만,
빙은 '무엇이든 진짜를 보고 싶다'라는 말을 하며 설득한다.
(여기서 드라마의 배경이 디스토피아적인 요소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애비는 빙의 설득에 핫 샷에 출전하게 되는데,
대기실에 도착하고 보니 출전하는 순서가 도착순이 아닌
심사위원의 마음에 드는 외모나 특징 순으로 무대를 올라가는 것이었다.
애비는 순수한 외모로 늦게 왔음에도 빠른 순서로 출전하게 되고,
거기서 'Cuppliance'라는 진정제 효과를 주는 음료를 먹게 된다.
(Cup과 Compliance 합성어로 컵에 담긴 복종이라는 뜻을 가졌다.)
애비는 열심히 노래를 열창하고, 심사위원은 물론이고,
수많은 관중들(실제로는 각자의 방에서 보고 있고, 관객석은 도플이 채워져 있다.)도
감명을 받는다.
그러나...
심사위원은 '가수는 차고 넘쳐, 올해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자 한다' 라며,
애비에게 성인물 배우를 권한다.
처음에 애비는 가수를 하고 싶었기에, 거부를 하지만....
'앞으로 다시는 자전거 페달을 밟지 않아도 된다'라는 말에 결국 성인물 배우를 택한다.
한편 한순간에 애비를 잃은 빙.
애비가 나온 성인물 광고에 빙은 절망한다.
광고를 넘기고 싶지만 이미 모든 메리트를 다 써버려서, 넘길 수도 없다.
절규하며 벽을 주먹으로 치며 고통스러워하던 빙.
그러다가 바닥에 떨어진 디스플레이 조각(유리 조각)과
애비가 마시고 건네준 진정제 음료 빈 팩을 본다.
그리곤 무슨 생각인지 미친 듯이 메리트를 모으기 시작한다.
1500만 메리트를 모은 빙은 다시 핫 샷에 출전권을 구매하여 출전하고,
유리 조각과 진정제 빈 팩을 허리춤에 숨긴다.
그리곤 진정제를 권하는 직원에게 빈 팩을 보여주며, 음료를 거부하고 무대에 올라간다.
무대에 올라간 빙은 메리트를 모으면서 연습했던 춤사위를 보여주며, 시선을 끌어모으다가
별안간 허리춤에 숨겨둔 유리 조각을 꺼낸다.
그리곤 심사위원과 지금 핫 샷을 보고 있을 사람들에게 소리 지른다.
실재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모두 가짜 음식, 가짜 얼굴을 가지기 위해 의미 없는 행동을 할 뿐이다.
당신들이 보는 건 진짜 사람이 아니다.
진짜는 없다!
라며 절규한다.
그러나...
심사위원은 이러한 절규도 하나의 퍼포먼스로 포장하고 극찬한다.
그리곤 애비에게 했던 것처럼, 하나의 방송 프로를 운영할 수 있는 자리를 권한다.
더 이상 자전거 페달을 밟지 않아도 된다는 말과...
그리고..
그의 절규도 결국 또 하나의 엔터테인먼트로 소비되고 만다.
자살자 콘셉트로 현실 비판하는 방송을 한다.
진짜를 원한다는 그의 절규도 결국 욕망에 무릎을 꿇고 만다.
이번 드라마는 1시간으로 제법 러닝타임이 길어, 드라마보다는 영화에 가깝다.
거기다 영상미도 좋고, 여운도 강렬하다.
미디어와 시스템에 지배되는 세상을 보여준 핫 샷.
디스플레이에 둘러싸인 방에서 생활해야 하며,
불필요한 광고를 취소시키는 데에도 돈이 드는 세상.
누군가는 죽을 때까지 페달을 밟아야만 하는 하류층
누군가는 그 하층민이 밟아서 생긴 전기를 맘껏 사용하는 상류층
하지만 사람이 페달을 밟아서 전기를 생산해봤자 얼마나 생산이 되겠는가?
결국 이것도 사람의 계층을 나누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할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을 유지하는 건 인간의 욕망이다.
시스템에 저항하고자 했던 애비.
시스템을 비판하던 빙.
이 둘 모두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시스템에 굴복하고 순응하는 게 그 증거다.
하지만 이 둘을 과연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싶다.
나 자신도 시스템에 순응하는 삶은 사는 사람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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