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미러 시리즈는 스포가 있다.)
블랙 미러는 옴니버스 드라마이기에, 시즌별 그리고 각 회차별 내용이 제각각이다.
하지만 서로 연결되는 중심 내용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미디어와 기술의 발전이 가져오는 악영향이다.
각 드라마는 현재 또는 곧 다가올 미래를 배경으로
그 배경 시대에 실현 가능할 법한 기술의 발전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기술 발전에 따른 부정적이고 어두운 상황을 묘사했다.
그래서 드라마의 제목이 블랙 미러. 검은 거울인 듯하다.
미디어와 기술. 이 두 가지 모두를 사용하는 건 전자기기들이다. 컴퓨터, TV, 스마트폰 등.
그리고 그것들은 화면을 켜지기 전에는 까만 화면을 보여주고,
그것은 마치 거울처럼 나 자신을 보여준다.
기술의 밝은 면(순기능)이 아닌 기술의 어두운 면(역기능)을 보여주는 거울.
그것이 블랙 미러이다.
(출처: https://soulculture.tistory.com/36 [Soul Culture])
블랙 미러 시즌 1 (2011년 개봉) 에피소드를 보고
시즌 2 (2013년 개봉)도 대체적으로 우울한 엔딩으로 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1화 돌아올게(Be Right Back)는 우울하지만 한편으로는 슬픈 에피소드이다.
배우는 상당히 눈에 익은 배우들로
어바웃 타임, 엑스 마키나 등으로 익숙한 '도널 글리슨'
마블 유니버스에서 캡틴 아메리카의 연인 페기 카터로 익숙한 '헤일리 애트웰' 이 나온다.
줄거리는 이렇다.
애쉬(도널 글리슨)와 마사(헤일리 애트웰)는 사이좋은 부부로,
애쉬의 어린 시절 살던 집으로 이사를 가고 있었다.
집에 도착한 후 애쉬는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한다.
힘든 일을 겪으면 그와 관련된 물건은 다락방으로 옮겨놓는다는 이야기.
애쉬가 어릴 때 사망한 그의 형제 잭, 아버지의 사진 또한 그렇게
다락방으로 옮겨졌다는 이야기였다.
(다락방은 슬픔과 고통의 공간이라는 암시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일찍 애쉬는 렌터카를 반납하기 위해 집을 나서고,
마사는 집에서 외주 맡은 일을 하고 있었다.
(일러스트를 그리는 것을 보아 그림 작가인 듯하다.)
하지만 밤이 되어도 애쉬는 돌아오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았다.
렌터카 업체에 전화를 해보니 아직 차가 반납되지 않았다는 이야기에 마사는 불안해한다.
이윽고 집으로 경찰이 찾아오고, 남편의 사망 소식을 알게 된다.
갑작스러운 애쉬의 사망으로 하루하루 슬픔에 젖어 사는 마사.
그런 마사가 안타까워했을까?
장례식장에서 만난 친구가 '슬픔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거야'라며
어떤 서비스에 마사를 가입시킨다.
처음에 마사는 해당 서비스가 그저 명의를 도용한 사기 서비스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 서비스는 고인이 된 인물이 생전에 온라인(SNS)에 올린 자료를 수집하여,
그 인물과 실제로 대화하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해주는 서비스였다.
(영화 그녀(Her)(2019년 작)이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설명을 들어도 마사는 해당 서비스는 AI로 꾸며낸 가짜라 생각하고 거부한다.
아무리 정교해도 애쉬를 대신할 수 없을 것이라고...
그러나 자신이 임신을 한 걸 알게 된 마사는 혼란스러워하고,
처음에는 자신의 언니에게 전화를 하지만 받지 않아,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
생각보다 AI는 정교했다.
실제 애쉬가 살아서 말하는 것 같았고,
마사는 채팅만으로는 부족해서 자신이 가진 동영상을 업로드하여
음성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한다.
하루 종일 전화기를 놓지 않는 마사.
가족의 전화, 메시지에도 무시하고 오직 AI 아니 애쉬와의 대화에만 집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산부인과 검진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중 실수로 휴대폰을 떨어뜨려 고장을 낸다.
이에 또다시 혼란에 빠진 마사는 바로 새로운 휴대폰을 구하고
'널 떨어뜨려서 망가뜨렸어. 너무 미안해'라며 울며 사과를 한다.
이에 애쉬는 '난 그 전화기에 있는 게 아니라 아주 먼 가상 세계에 있어' 라며 안심시키고,
마사에게 새로운 업그레이드를 권유한다.
그것은 바로 애쉬의 모습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인형으로 업그레이드하라는 것.
마사는 실제로 애쉬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인형을 주문한다.
인형은 애쉬와 너무나도 닮은 얼굴과 체형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목소리도.
마사는 인형을 보고 다시 애쉬가 돌아온 것 마냥 기뻤다.
그렇게 애쉬가 살아 돌아온 것 마냥 행복한 일상이 쭉 이어지면 좋았을 텐데....
마사는 조금씩 인형에게서 애쉬와 다른 부분을 느끼며 점차 혐오감을 가지게 된다.
먹지도, 마시지도, 잠을 자지도 않으며, 숨도 쉬지 않는 모습.
그리고 입력된 데이터(애쉬의 정보) 외에는 모르기에,
마사의 언니가 다녀가도 '친구는 무슨 일이야?' 라며 질문하고
휴대폰에 집중하면 건성으로 대답하는 진짜 애쉬와 다르게 인형은 마사에게 항상 친절하다.
결국 가짜와 진짜의 차이를 견디지 못한 마사.
자신의 화를 묵묵히 받아들일 뿐인 인형.
마사는 결국 뭔가를 결심한다.
그다음 날 마사는 생전의 애쉬와 몇 번 갔던 절벽으로 인형을 데려간다.
그리곤 인형에게 화를 내며 말한다.
'넌 잔물결일 뿐이야. 너에겐 과거가 없어. 그저 애쉬가 했던 행동들을 흉내 내는 것뿐이야'
그리고는 인형에게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라고 명령한다.
인형은 순순히 알았다며 뛰어내리려 하고,
이 모습에 마사는 다시 한번 더 울분을 쏟아낸다.
'애쉬라면 그렇게 뛰어내리지 않을 거야. 화내고 무서워하며 울었을 거라고'
이 말을 들은 인형은 새로운 정보(명령)로 인식하고,
'죽기 싫어. 뛰어내리라 하지 마' 라며 울음을 터트린다.
애쉬의 얼굴로 애쉬의 목소리로 울고 있는 인형.
그런 모습에 마사는 절망과 슬픔에 절규한다.
이번 에피소드는 참으로 슬프기 그지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여 AI를 신청했으나,
아무리 정교한 AI라도 결국 인간을 대신하지 못한다는 이야기
이건 2019년에 개봉한 영화 그녀(Her)를 생각나게 하는 회차였다.
(그런데 찾아보니 국내 개봉이 2019년이고, 미국에서는 2013년 개봉이다. 아이러니하네...)
요즘 구글, 애플, MS 등의 IT 기업에서 AI 개발을 한다.
인간과 최대한 유사하게...
하지만 아무리 유사하게 만든다고 해도 결국 인간을 넘어서지는 못할 것 같다.
인간 특유의 그 감정을 모방하기란 쉽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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